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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여행기7 - 하바나에서 헤밍웨이의 발자취를 찾아서, 암보스 문도스 호텔 본문

중남미/쿠바

쿠바여행기7 - 하바나에서 헤밍웨이의 발자취를 찾아서, 암보스 문도스 호텔

soyoja 2014. 9. 10. 03:42

쿠바, 하바나 하면 떠오르는 인물 중 하나로 미국의 대문호,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Miller Hemingway, 1899~1961) 가 있다. 초기에는 집필과 휴식을 목적으로 쿠바에 장기 휴양을 오곤 했던 그는 후기에는 완전히 이곳으로 이주해서 쿠바에서 20 년간 살았다. 쿠바에 워낙 자주 왕래했기에 미국과 소련의 2중 스파이였다는 소문도 있었다. 그가 말년에 자살한 이유도 미국과 쿠바의 관계가 악화되며 미국인의 쿠바 입국이 금지되어 사랑하던 쿠바에 더 이상 갈 수 없다는 절망감에 때문이란 이야기도 있다. 이런 흥미로운 이야기거리를 담고 있는 쿠바 여행의 테마 중 하나로 헤밍웨이의 발자취를 찾아서 따라가 보고 싶었다.

그래서 이번 쿠바 여행에서는 하바나 시내의 헤밍웨이의 흔적을 찾아보기로 했다.

하바나 시내 곳곳에서는 헤밍웨이의 발자취를 찾아 볼 수 있는데, 우선 헤밍웨이가 하바나에 오면 늘 투숙했던 호텔인 암보스 문도스로 가 보기로 했다.  

암보스 문도스 호텔(Ambos Mundos Hotel)

주소: 153 Obispo, Havana, 오비스포(Obispo) 거리를 찾아가서 153번지를 찾으면 된다. 거리 표지판이 매우 작아서 그냥 찾기가 쉽지는 않다. 암보스 문도스 호텔은 간판이 크게 걸려있지 않기에 주의깊게 보지 않으면 잘 눈에 띄지 않는다.

 호텔 로비에서 부터 헤밍웨이의 사진이 잔뜩 걸려있다. 이곳이 헤밍웨이를 추억하는 호텔이란 것을 쉽게 알 수 있을 정도.

호텔 로비에 걸려있던 헤밍웨이의 친필 사인

호텔 로비에서 커피 한잔을 시켜 마시다가 헤밍웨이가 묵었다는 511호 방을 볼 것을 청했다. 아직도 이 호텔은 정상적으로 영업중인데, 헤밍웨이가 묵던 511호는 손님을 받지 않고 관광객을 위해 개방되어 있다. 무료로 방문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2 쿡을 내면 가이드의 설명과 함께 511 호를 구경해 볼 수 있다. 로비에 위와 같이 안내문도 걸려 있는데, 월 ~ 토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만 개방된단다.

나와 같이 이곳에 오는 관광객들이 많아서인지 한 무리의 외국인 관광객들과 함께 5층으로 인도되어 헤밍웨이가 늘 묵던 511호를 구경하러 갔다. 이 방은 평소에는 문이 잠겨 있고, 안내원에게 2 쿡의 입장료(?) 를 내자 들여보내 준다. 호텔측에서 이렇게 해서 얻는 수익도 상당할 듯 싶다.

511호까지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는 옛날 영화에서나 보던 그런 오래된 것인데, 헤밍웨이가 묵던 그 당시에 운영되던 것과 동일한 엘리베이터라 한다. 

 헤밍웨이는 후에 쿠바에 이주하기 전까지 하바나에 오면 항상 시내 중심의 암보스 문도스 호텔 511호에 묵었다.

 

511호 실내에는 호텔과 낡은 타자기, 탁자 등이 놓여있고 헤밍웨이가 집필했던 몇권의 책과 원고가 비치되어 있었다. 호텔방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글을 쓰고 집중하기에 그리 좋은 환경은 아니란 생각이었다. 방은 너무 좁고 탁자를 빼면 마땅히 사색에 잠겨 글을 쓰기에 좋아 보이지도 않았지만. 아마도 강렬한 쿠바의 매력 속에서 그 만의 작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곤 했던 건 아닐까 싶다.

 침대 위에는 헤밍웨이에 대한 책자가 비치되어 있다. 조금은 부자연스러운 연출이다.

 그가 항상 이 호텔의 이 방에 묵은 이유로는 이곳의 멋진 경치를 꼽는다. 아직까지도 이곳은 하바나 시내를 전망하기 가장 좋은 곳 중 하나로 꼽힌다. 가이드를 해 주는 쿠바 언니가 직접 이 방의 좋은 전망을 확인시켜 주고자 창문을 열어본다.

방에 비치된 타자기에는 쓰다 만 원고 한페이지가 꽂혀 있었다. 이 역시 연출일 것이겠지만... 이왕이면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인과 바다" 의 첫 페이지였다면 좋았을 것을... ㅋ

방 앞에 붙어있는 명패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 있었다.

이 소설가는 30대 후반을 이 방에서 살았다 - 어니스트 헤밍웨이 ("En esta habitación vivió durante la década de los 30 el novelista, Ernest Hemingway")

소설가들 중에서는 창작이 잘 되지 않을 경우에 짐 보따리를 싸서 시골 암자로 들어가거나 어디론가 훌쩍 여행을 떠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헤밍웨이에게 있어 쿠바는 바로 창작의 영감을 불러 일으키는 안식처이자 창작의 고통에서 벗어나고픈 피난처가 아니었을까 싶다.

헤밍웨이는 실제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던 명작, "노인과 바다" 의 스토리를 쿠바에서의 경험을 통해 만들었다. 작중 배경이 쿠바이며, 이 이야기는 쿠바인 어부 그레고리오 푸엔테스(Gregorio Fuentes) 가 실제로 겪은 이야기를 창작해서 썼다고 한다. 이 사람은 104살까지 살다가 2002년 세상을 떠났다! 그의 회고록에 의하면 정확히는 53일 동안 아무것도 못 잡다가 물고기 큼직한 걸로 6마리를 잡아서 그걸 가지고 오던 길에 상어들을 만나 모두 잃고 돌아온 이야기를 간단하게 말한 것 뿐인데 그걸 듣던 헤밍웨이가 그 이야기를 소설로 쓰고 싶다고 했다. 그는 돈 같은 건 상관없다고 하며 지금 식사와 술만 사주면 허락하겠다고 했는데 이 소설이 대박을 거두면서 유명해지자 헤밍웨이가 나중에 와서 내 성의라면서 2만 달러(그 당시에는 상당한 거액이자 지금도 쿠바에선 거액이다)를 기어코 억지로 주었다고 한다. 오오 대인배 헤밍웨이... -엔하위키 "노인과 바다" 중. 

 

그런 생각들을 하면서 암보스 문도스 호텔을 나와, 다음 목적지로 헤밍웨이가 자주 가던 단골 바, 엘 플로리따(El Floridita Bar) 에 가보기로 했다. 다음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