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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대만여행 6. 스펀(十分, 예 진 지 스 대중교통여행 3편) 본문

아시아/대만

혼자서 대만여행 6. 스펀(十分, 예 진 지 스 대중교통여행 3편)

soyoja 2016. 3. 20. 23:03

* 혼자서 대만여행

1일차: 공항에서 타이베이 시내 들어가기

2일차: 고궁박물원, 박물원의 4대 보물

2일차: 고궁박물원 - 스린역 - 국부기념관 - 아이스몬스터

3일차: 예류 - 진과스 - 지우펀(예 진 지 스 대중교통 여행 1편)

3일차: 지우펀(예 진 지 스 대중교통 여행 2편)

 

지우펀에서 스펀까지는 직행으로 바로 가는 교통편이 없다.

지우펀에서 버스를 타고 루이팡 역(瑞芳車站, Ruifang station)까지간 다음에, 이곳에서 핑시선(平溪線) 열차를 한번 갈아타야 지우펀 역에 도착할 수 있다. 지우펀에서 버스를 타는 곳이 무척이나 혼잡하고 사람도 많아서 버스를 타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리기에, 지우펀에서 버스를 타려면 미리 여유있게 이동해야 한다.

루이팡 역(瑞芳車站)

루이팡 역앞에는 지우펀, 스펀, 타이페이 시내 등으로 가는 택시가 많이 있어서 택시를 타고 가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인터넷으로 사전에 알아본 바에 의하면 핑시선 루이팡(瑞芳)에서 스펀(十分)으로 가는 시간표는 아래와 같다. 노란색의 Ruifang 역에서 출발시간에 맞춰 타면 스펀(Shifen) 에 도착하는 시간이 표시되어 있다.

내 계획은 늦어도 16시 40분에는 지우펀에서 버스를 타고 루이팡 역에 간 다음, 17시 05분행 그곳에서 핑시선을 타고 17시 40분까지 스펀에 도착하는 것이었으나...

지우펀에서 사람이 많아 생각보다 버스를 잡기가 매우 까다로워서,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 루이팡 역에는 5시 20분 경에 도착했다. 시간표를 보니 불과 10분 전에 스펀으로 가는 핑시선 열차는 떠난 후였다. 쩝... 루이팡에서 택시를 타고 스펀까지 가는 방법도 있었는데 어떻게 할지 고민이 되는 상황이었다. 다음번 열차는 18:30 에 출발하는것으로 한시간이 넘게 루이팡 역에서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스펀을 지나 종착역인 징통(Jing Tong) 행 열차는 18:30 도착 예정. 핑시선은 3번 플랫폼이다.

어떻게 할까 고민한 끝에 그냥 루이팡 역에서 좀 기다리다가 다음 열차를 타기로 했다. 기다리는 동안 밀크티도 하나 사서 먹고 앉아서 인터넷 질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열차를 타고 네 정거장을 가면 스펀에 도착한다.

 스펀에 도착하기 전까지 두가지 의문사항이 있었다. 

1. 인터넷 후기를 보면 밤 늦게까지 스펀에서 연등을 날렸다는 얘기는 전혀 없는데 열차표 상 스펀에 도착 예정은 저녁 7시나 되는 시점이었다. 이렇게 늦게 스펀에 도착해도 연등을 날릴 수 있는지.

2. 비가 계속 오는 좋지 않은 날씨였는데, 비가 와도 연등을 날리기에는 무리가 없는지. 

막상 스펀에 도착해보니 이 두가지 질문은 모두 나의 기우였음을 알았다. 스펀에서는 밤 9시정도 까지는 충분히 연등 날리기를 해 볼 수 있다. 내가 밤 8시까지 있었는데 그때까지도 많은 일본인 관광객들이 단체로 와서 연등을 날리고 있었으니... 주말에는 더 늦은시간 까지도 이 행사가 이어질 듯 하다. 

그리고 왠만큼 폭우가 아닌바에는 비가 오더라도 연등을 날리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사진찍기에 좀 불편하긴 하지만.

스펀역에서 내려서 출구 쪽으로 5분 정도만 걷다보면 인터넷으로 많이 봐오던 바로 이 장면이 나온다.

철도를 사이에 둔 채 양옆에 마을이 들어서 있는 스펀 마을의 모습. 아직도 운행중인 철도를 끼고 마을이 형성되었다는 점이 철덕후 들에게 두근거림을 선사하는 마을이다.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면 다리도 있고 근처에 스펀 폭포도 있다 하나, 이날은 다음번 열차 시간이7시 50분이었는지라 딱 한시간 동안만 스펀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연등은 가게마다 가격이 틀린데, 내가 간 가게는 개당 150 NWD 였다. 색깔마다 의미하는 바가 다르기에 원하는 소원에 맞는 연등의 색깔을 고르고, 4개 면에 자신의 소원을 적는다 .가족이나 연인끼리 왔으면 사이좋게 한면씩 원하는 소원들을 적는 것도 가능할 듯. 

 

이렇게 소원을 적은 연등 안쪽에 기름먹인 종이를 뭉쳐서 불을 피우면 연등 내부가 뜨거워진 공기로 부풀어 오르게 되며, 연등을 날리기 전에 사진을 찍고 하늘로 날리면 된다. ㅎㅎ  

이건 내가 쓴 글귀. 네모난 풍선의 4개 면에 원하는 소원 문구를 적을 수 있다.

자신이 쓴 풍선을 날리기 직전에 가게 주인아저씨는 기념 사진도 찍어 준다.

풍선을 들고 하나찍고, 아래처럼 풍선을 두 손에 높이 치켜든 상태에서 하나 더 찍는다.

10여명의 일본인 관광객들은 한줄로 서서 일제히 연등을 하늘로 날려보내는데, 그 모습이 또한 장관이었다. 

대만 여행중에 꼭 와보고 싶던 도시 중 하나인 스펀 방문은 짧지만 꽤 만족스러웠다. 한나절만 시간을 내면 되니 대만에 오면 스펀은 반드시 방문하도록 하자. 

다시 스펀역으로 돌아왔다. 이제 타이페이로 돌아갈 시간이다. 열차 표를 보니 루이팡 역으로 되돌아갈 수도 있었고, 혹은 핑시선 종점인 징통(菁桐, Jing Tong)역에 내려서 그곳에서 타이페이 시내로 가는 버스를 탈 수도 있다. 나는 인터넷에서 얻은 정보만 믿고 후자를 택했는데... 이것이 이번 여행의 큰 실수 중 하나였다. 

징통역에 도착한 시간은 저녁 8시12분. 원래 대로라면 이곳에서 저녁8시 25분에 타이페이 시내로 들어가는 버스를 타고 시내로 돌아가야 했다. 어둑어둑해진 거리에는 지나가는 사람도 거의 없었고 가게들은 모두 문을 닫아서 상당히 을씨년 스러웠다. 버스 정거장 바로 앞에 있던 가게 주인은 무척이나 친절했다. 영어는 전혀 통하지 않았지만 내가 타이페이로 돌아가는 버스에 대해서 물어보자 직접 메모지에 "20"25" 에 버스가 온다고 친절하게 알려줬다. 타이페이는 이렇듯 사람들이 매우 친절했다. 과연 배낭여행자들에게 최고의여행지 중 하나.

그런데... 20:25 까지 기다렸는데 버스가 나를 못 본건지 그냥 지나쳐 버렸다. 이런...  오늘 하루종일 너무 많이 걸었고 몹시 피곤한 상태에서 다음 버스 시간을 보니 1시간 후인 21시 20분에나 버스가 오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비도 내리는 이런 날씨 속에서 이제 한시간 이상을 더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 

빗속에서 버스를 기다리다 보니 이런저런 여러가지 생각들이 들었다. 

징통의 버스터미널에서 약 한시간동안 버스를 기다리면서. 문득 느껴지는 외로움. 기다림이란 것이 이런거구나 하는 생각들. 그래도 버스는 온다는 믿음이 있었기에 비가 내리는 와중에도 오두컴컴한 시골 도로에서 한시간을 기다렸다. 우리 인생에 있어서 기다림이란 것도 이런 것이 아닐까.내가 기다리는 것이 분명히 온다는 것을 알기에 기다릴 수 있는 힘이 된다는 것도.

분명하게 오는지 안 오는지 알 수 없었다면 단 30분도 기다릴 수 없었울 것이다. 

오늘 여행에서는 결국 해보고 싶은 것들은 거진 다 했지만 그 중간중간에는 뜻대로 되지 않은 것들이 많았다. 스펀으로 가는 열차를 놓쳐서 한시간동안 리우펑 역에서 기다렸던 것. 그리고 무사히 계획한 일정을 다 마치고 나서 진통역에 내리고보니 생각했던 것과 버스 시간표가 달랐고, 또 그나마 그 버스도 나를 태우지 않고 한대가 그냥 지나가버려서 예정과 달리 1시간을 그냥 길에서 비를 맞으며 기다린 것등. 

하지만 이렇게 뜻대로 잘 안되는 것이 여행의 매력이고, 우리 인생을 닮았다. 여행을 하다보니 인생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고 나 자신애 대해 많이 생각해 보는데, 바로 이런 것들이 여행, 특히 혼자하는 자유여행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이런 측면에서도 앞으로도 패키지는 왠만하면 안다니겠다. 이번에도 혼자 다니면서 생긴 이런저런 돌발상황 덕분에 참 배우고 느끼는 게 많다.

그리고...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은 여행을 마치고 정해진 일정을 끝내고 집으로 혹은 한국으로 돌어갈 때 느끼는 안도감이다. 내가 돌어갈 자리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바로 여행이다.

9시 10분에 온 버스를 타고 무찌(木柵, Muzha) 역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MRT 를 탈 수 있으니 원래 목표대로 하루동안 "예 진 지 스" 를 다 돌아보고 무사히 타이페이 시내로 돌아온 셈이다. 버스를 타고 오면서 느낀건데, 앞선 버스가 나를 그냥 지나친 것도 조금은 이해가 갔다. 이 버스노선은 밤에는 거의 태울 손님이 없는 상태라서 대부분의 정거장을 그냥 지나치는 버스였다. 평소에 거의 사람을 태우지 않는 정거장에서 갑자기 손님이 나타났으니 못보고 지나쳤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