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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한 한국 고미술의 제발견 - 세밀가귀(細密可貴) 전: 한국 미술의 품격 (리움미술관) 본문

리뷰/전시

정교한 한국 고미술의 제발견 - 세밀가귀(細密可貴) 전: 한국 미술의 품격 (리움미술관)

soyoja 2015. 8. 23. 13:40

국내 사립 미술관(박물관)중 가장 많은 국보와 보물을 소장한 리움미술관은 박물관 투어 취미를 갖게 된 이후  근현대 미술 전시로 많이 치중하고 있어 고미술을 선호하는 내 취향과는 맞지않아 아쉬움이 있지만 그래도 한국 고미술을 보려면 리움미술관은 필수로 가봐야 하는 곳인데, 최근에 또 하나의 멋진 기획전이 있었다. "세밀가귀(細密可貴) : 한국미술의 품격" 전이 바로 이것.

이번 전시를 위해 국내 18개 기관 및 개인소장품 50여점, 국외 21개 기관 및 개인 소장품 40여점 등 총 150여점이 한 공간에 전시된다. 비슷한 시기에 제작되어 형태나 제작 기법 상으로 유사점을 발견할 수 있는 작품들을 나란히 전시해서 시대별로 작품이 변천하는 흐름을 알수있게 한 구성이 매우 좋았다.

"한국미는 소박한 맛, 질박한 미로 인식되어 왔다. 하지만 이는 일제강점기 일본의 민예연구가 야나기 무네요시가 규정한 한국미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한국 미술이 열등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왕실과 상류층에서 향유하던 문화를 중심으로 정교하면서 화려한 예술의 전통 또한 면면하게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고려 인종 때 중국 송나라 사신 서긍은 나전의 디테일과 화려함에 반해 “세밀가귀(細密可貴)”라며 찬탄했다. ‘세밀함이 뛰어나 가히 귀하다 할 수 있다’는 뜻이다. "  - 한국일보 "세밀가귀" 소개 기사 중.

"세밀가귀" 란 말이 나온 "고려칠기" 의 경우 전 세계에서 현재 17점 밖에 남아있지 않은 고려 나전 중 8 점이 한곳에 모여서 고려 나전칠기 제품을 비교해보면서 감상할 수 있는 더 없이 좋은 기회였다.

전시는 세 부문으로 분류되었다 

문(文, 문양) - 청자, 백자, 자기, 금관 및 금 장신구.

형(形, 형태) - 불상, 불감과 같은 불교 미술작품과 석판

묘(描, 회화) - 세밀한 고미술로 인물화, 산수화 등이 전시되었다.

청자진사 연화문 표형주자 - 왼쪽은 독일 함부르크 공예박물관 소장, 오른쪽은 국보 133호로 리움미술관 소장품이다. 두 작품은 왼쪽 작품이 뚜껑이 소실되고 주전자 입이 손상되어 짧다는 것 외에 쌍둥이 처럼 똑같다. 이렇게 비교해 볼수 있는 유사한 작품들을 나란히 전시해 놓은 것이 이번 세밀가귀 전의 큰 매력이었다. (출처)

나전대모 국당초문 화형합 - 12세기. 보스턴 미술관  (사진: 삼성미술관 리움)

고려 나전칠기 작품중에서 희귀하게도 (그리고 현존하는 유일한) 꽃모양으로 제작된 작품이다. 천년 전에 장인들이 수작업으로 아교에 전복 조각을 붙여 저런 문양을 만들었을 수고를 생각하면... "장인" 이란 말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청자양각 연판문 주자. 미국 브루클린 박물관  (사진: 삼성미술관 리움)

명성황후가 자신의 어의를 지냈던 릴리어스 언더우드에게 하사했다는 작품. 청자 주전자 3개가 나란히 전시되어 있었는데 각기 모양은 달라도 공통적인 특징이 보이는 부분들이 있었다. 주전자 손잡이에 상감 기법으로 장식을 한 것,

청동은입사 보상당초봉황문 합 - 국보 171호. 고려 11~12세기.  (사진: 삼성미술관 리움)

세밀가귀전 도록 표지를 장식한 작품이기도 하다. 향을 담아두던 향합으로 청동에 은입사로 무뉘를 새겨넣은 그릇인데 은으로 새긴 봉황 무늬가 매우 정교하다.

금동 신묘명 삼존불 - 국보 85호, 고구려 571년  (사진: 삼성미술관 리움)

흔치않은 고구려 시대의 삼존상이다. 여기에 광배 뒤쪽에 명문이 새겨져 있어 제작 시기를 정확하게 알 수 있어 그 가치가 더욱 높은 작품이라 한다.

백제 금동 대향로. 국보 287호. 백제 6세기. 국립 부여박물관.   (사진: 국립 중앙박물관)

오래간만에 서울에서 전시를 하는 작품으로, 금동으로 만들어져 제작 당시에는 황금빛이 화려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부여 능산리 절터에서 발굴된 이후 그 아름다움과 예술적 가치가 높아 어느 박물관에서 소장하느냐로 한동안 시비가 일었을 정도라고. 용 모양의 받침, 봉우리가 있는 산으로 표현된 몸체, 봉황의 향로 뚜껑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오재순 초상 - 보물 1493호. 조선 18세기 말 ~ 19세기 초  (사진: 삼성미술관 리움)

조선시대 화공들은 인물의 털 하나라도 틀리면 다른사람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인물의 세밀한 묘사에 최선을 다했다고. 화가 이명기가 정조당시 판중추부사까지 오른 관리이자 학식 높은 학자 오재순(1727 - 1792) 의 65세때를 그린 초상화로 알려져있다.

어느 언론의 표현대로, 이 정도 명품들을 한곳에 모은 리움미술관의 공력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이 정도 전시라면 한번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생각에 없는 시간을 쪼개 두 차례에 걸쳐 보았지만 시간이 되면 좀더 자세히 보고싶다. 참고로 기획전시관 내에는 앉을 공간이 없어서 몇시간이고 서서 보아야 하는데 체력적으로 좀 쉽지 않다. 도록도 잘 구성이 되어 있고 주목할 작품들은 하이라이트로 해서 문양을 근접촬영한 사진을 추가하는 등 정성을 쏟은 흔적이 느껴진다. 다만 가격이 35,000 으로 너무 비싸다는 생각.

전시를 둘러보면서 새삼 아쉬운 것은 전시된 고려칠기가 거의 모두 해외 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던 것을 빌려온 것으로, 해외로 떠돌아 다니고 있는 우리 문화재가 얼마나 많은지 생각해 보면 씁쓸한 생각이든다. 앞서 언급했듯이 고려나전이 전세계에 17점 밖에 남아있지 않은데, 이중 한국에 소장중인 것은 지난해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된 1점 뿐이라 한다. 여기에 아직까지도 문화재 도굴과 도난, 훼손 사건이 빈번한 대한민국의 실태를 보면 우리가 문화 선전국으로 갈 날도 한참 남았다는 생각이다.

"도난문화재 유통 해외까지 거미줄 루츠, 적발.추적 혀 내두를만큼 겹겹 베일"

위의 기사 말미에 도굴꾼 서씨가 한 말을 되새겨본다. “국내에 있는 문화재를 제자리에 돌려놓을 생각은 하지 않고 해외에 전시된 문화재만 되찾아 오려고 혈안인데 개인 돈이건 국고든 펑펑 쓰는 모습이 우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