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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움미술관 - 교감(Beyond and Between) 본문
리움 미술관에서 개관 10주년을 맞아 연말까지 “교감” (Between and Beyond) 라는 기획전을 열고 있기에 가 보았다. 이 기획전은 미술관 전관에 걸쳐 전시되는 방대한 규모로 이를 준비하기 위해 일주일 간 미술관이 휴관을 했었다고 한다.
이번 기획전의 테마인 “교감” 의 의미는 과거 고미술과 현대 미술간의 비교를 통한 교감, 관객이 참여해 볼 수 있는 작품들을 통한 전시 작품과 관객들간의 교감을 뜻한다. 제 1관은 리움미술관이 자랑하는 국보급 문화재들이 다수 포함된 고 미술관이며 제 2관은 현대 미술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리고 특별관에는 관객들이 체험해 볼 수 있는 작품들이 다수 있었다.
많이 알려진 사실이지만 삼성가의 미술품 애호와 수집은 매우 유명하여 개인 소장 미술품들을 다수 보유한 이곳은 국립중앙박물관 못지 않게 귀중한 국보급 유물들이 많이 존재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늘 한번쯤 보기를 원했는데 개관한지 10년 만에 처음으로 이곳에 오게 되었으니 참 많은 시간이 지났다.
지하철 6 호선 한강진 역에서 내려 100 미터쯤 걷다가 보이는 표지판을 따라 오르막길을 200 m 정도 올라가다 보면 으리으리한 개인 저택들이 많이 보인다. 이 주변에는 삼성가 사람들의 개인주택들이 모여 있어서 조용하면서도 일반 서민들과는 왠지 격리된 느낌도 든다. 이곳 개인 주택들의 높은 담장과 삼성 에스원의 경호원들은 왠지 사람을 위축 시킨다.
아무튼 언덕길을 이렇게 오르다 보면 미술관에 도착하게 된다. 이곳에 미술관 전용 주차장이 있지만 규모가 협소해서 가급적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타고 오는 것이 좋을 듯 하다.
리움 미술관의 전경. 뒤에는 남산위에 자리잡은 하야트 호텔이 보인다.
리움미술관은 미술품도 대단하지만, 미술관 건물도 건축학적으로 상당한 걸작으로 이 곳이 개관했을 당시에는 건물을 보려고 온 사람들도 많았다고.
아쉽게도 미술관 내부에서는 작품들의 사진 촬영이 엄격하게 제한된다. 전시관 내에 곳곳에 서 있는 경비원과 스탭 들의 숫자도 여느 박물관보다 훨씬 많다. 그래서인지 미술관을 관람하면서도 이곳이 매우 깔끔하고 잘 통제된 느낌도 받았다. DDP 에서 열렸던 간송 문화전에서도 많은 숫자의 스탭들이 있었는데 왠지 그때와도 비슷한 느낌이다.
제 1관과 2관 모두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까지 올라간 다음 이곳에서부터 작품들을 감상하면서 한 층씩 내려오는 루트가 정석 코스이다. 고 미술관에는 국보급 고려청자, 백자, 불상, 고미서화, 서예 작품들이 잔뜩 있었는데 심심찮게 국보 XX호 라는 안내 문구를 찾아볼 수 있었다.
청자양각 죽절문 병 靑磁陽刻竹節文甁, 국보 169호
리움미술관에서 소중하고 있는 수많은 국보급 문화재인 고려청자. 대나무로 표면을 감싸 사용하던 병의 모양을 본떠 만들었다고 한다.
고려청자들을 전시한 전시관 한켠에는 "대지의 공기" 라는 화산 활동을 촬영한 영상 작품이 전시중이었다. 불로 구워서 만드는 자기와 함께 연관 전시로 화산의 영상을 함께 보여주는 것 같다. 단순히 화산 활동을 촬영한 것을 예술작품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도 했지만.
백자호 白磁壺
달 항아리라고 불리는 18세기 조선 백자로, 이런 항아리는 위와 아래를 따로 만들어 붙이기 때문에 이렇게 둥그렇게 원형이 잘 나타나는 작품은 드물다고. 표면에 보이는 검은 얼룩은 이 항아리에 간장 등을 담아 오랫동안 사용한 끝에 생긴 얼룩이라고 한다. 이렇게 하얀 백자에 생긴 검은 얼룩은 일부러 새긴 무늬처럼 보이기도 한다.
요새 들어 고 미술의 아름다움에 빠지기 시작했는데 특히 고려청자와 조선백자는 한참 동안 들여다 보게 된다. 전시관은 전체적으로 어두운 조명에 작품에 하이라이트가 가도록 조명이 집중 되어 있어 작품에 집중하기 좋았다.
현대 미술은 상대적으로 흥미도가 떨어졌다. 내가 아직도 미술 공부가 부족해서 인지. 그런데 분명한 것은 일반 관객들이 따로 사전지식이 없이 그냥 보았을때도 쉽게 이해가 되고 감동을 줄 수 있는 것이 좋은 예술작품이 아닐까. 현대 미술이라 불리는 작품들은 너무 작가의 그만의 세계에서 창작된 작품들이 많아서 현대 미술전을 보다 보면 나 같은 일반 관객들은 큰 감흥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외국에 살면서 나름 꽤나 많은 미술관들을 돌아다니게 되었지만 여전히 이들 작품들은 고전 미술에 비해 이해하기 어렵고, 작품을 보았을 때 와 닿는 감정도 적다.
그래도 현대 미술 작품들 중에서 몇 가지 인상적인 것들이 있다. 디에고 동상은 고려 불상과 나란히 전시되어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대의 간극에도 불구하고 사유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 줬고. 조선백자 전시관에서는 “달의 이면” 이라는 주제로, 온전한 자기들 바로 옆에 깨진 자기들로 만든 거대한 항아리 덩어리를 전시하고 있었다.
제 1관의 원형 계단 사이에 전시된 작품과, 태양계와 각 행성들을 형상화 한 공중에 매달린 작품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이렇게 뭔가 관객들이 이해할 수 있는 의미를 전달하는 작품이라면 현대 미술이라도 충분히 감탄하고, 즐길 수 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이날 오후 3시에 안내방송이 나오더니 해설사가 전시 해설을 해준다고 한다. 그래서 이 아저씨를 따라 다니면서 작품 해설을 듣는데,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해설을 들으면서 작품을 보니 한결 이해가 쉽고 눈에 잘 들어오는 느낌이다. 해설사는 수염이 멋지게 난 할아버지 였는데 초등학교 미술 교사를 하다가 퇴임하고 지금은 자원봉사로 이 일을 하는 분이라고 한다. 은퇴 후 이런 소일거리를 하는 인생도 의미가 있겠구나 싶었다. 이분은 해설 도중 상성 비리 수사 사건을 언급하면서 600 억이 아니라 6천억을 줘도 구할 수 없는 많은 귀중한 미술품들을 삼성가에서 지킨 공로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실 리움미술관의 흑역사로, 삼성 비리 수사 시절에는 미술관의 기획전이나 외부 활동이 거의 없이 미술관이 "죽어있는" 상태였다고 한다. 그리고 대한민국 3대 미술관(호암 미술관, 간송 미술관, 리움 미술관) 이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국내외 미술계를 주도하는 활동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듣곤 하는데, 사립 미술관이다 보니 오너 가문의 흥망성쇠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된다.
이번 기획전을 보니 작품과 작품 사이에 간격도 충분히 배치하고 개별 작품들을 여유있게 관람하라는 배려가 느껴지는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그만큼 공간의 제약으로 많은 작품들을 늘어놓지는 못한 것이다. 아마도 리움 미술관의 소장품들 중 극히 일부만 구경했으리라. 그렇기에 앞으로도 이곳에 오면 볼거리가 많을 것이고, 가끔 시간을 내서 한번씩 와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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