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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난도 보테로 전 - 예술의 전당 본문
제3세계인 남미의 예술은 우리에게는 아직도 낯설다.
페르난도 보테로는 그런 낯선 남미예술을 대표하는 콜롬비아의 화가이다. 유명한 고전 명작들을 뚱뚱하게 패러디한 작품들로 유명세를 탔고 나 역시 그 정도 작품에 대해서만 알고 있었다. 국내에서 6 년만에 열리는 보테로 전이 예술의전당에서 열린다 해서 찾았다. 이번이 아니면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90 작품이 전시되었는데, 투우 / 써커스 / 모방작/ 정물화 / 콜롬비아 등 주제 별로 잘 구분되어 있어서 생각보다 넓은 보테로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
왜 뚱뚱한 사람들을 그리나요?
이 질문을 받을때 마다 보테로의 대답은 "나는 뚱뚱한 사람들을 그리지 않는다" 라고 한다. 물론 보테로는 뚱뚱함과 양감이 강조된 화풍으로 인체를 표현하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실제로 살찐 남자나 뚱뚱한 여자와 같은 특정 소재 혹은 무엇을 그리는 데는 관심이 없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리얼리티를 예술로 변환하는 수단의 하나로 변형과 변신을 이용하는데 관심을 쏟을 뿐이다. 이런 방식은 보테로의 초상화, 정물화 뿐만 아니라 심지어 풍경화까지 그의 그림 속 모든 요소에서 특유의 양감이 강조되어 표현되고 있다.
인상적인 것은 보테로가 햇던 말.... 남미의 가난한 외진 마을에서 태어나서 어린 시절에는 제대로 미술에 대한 교육을 받지 못하고 독학으로 공부를 했다는 것. 그의 작품에서 보이는 모방과 장난스러워 보이는 왠지 모를 어설픔은 사실은 정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서 모방을 통해서 습작을 했던 보테로 미술의 바탕에서 나온 것이었다.
유명작의 패러디 작품들은 원본 작품을 같이 전시했으면 작품 이해에도 도움이 되고 더 좋았을텐데 싶다. 조각가로서도 명성이 뛰어나다는데, 그의 조각작품은 전혀 전시되어 있지 않은 부분이 아쉽고. 작품 숫자도 좀더 많았으면 어땠을까.. 특히 보테로의 작품중에서도 특히 유명한 "모나리자" 가 없는 게 아쉽다.
벨라스케스 "흰 옷의 왕녀 마르가리타" vs 보테로 "뻴라스케스를 따라서"
얀 반 아이크 "아르놀피니의 결혼식" vs 보테로 "아르놀피니 부부를 따라서"
페르난도 보테로 "12세의 모나리자"
원본은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구매하여 그곳에 소장되어 있다. 보고타 보테로 박물관에도 다른 모나리자 작품이 한점 있다던데. 보고타를 갔을 때 하필 아쉽게도 모나리자는 못봤던 거 같다. 보테로의 작품들 중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이고, 또 전시회에서 가장 보고싶던 작품이었는데. 역시 너무 유명해서 그런지 한국까지 오지는 못한 것 같다.
상당히 인상적으로 본 3연작인 꽃. 배경과 꽅을 같은 색깔로 표현해서 강렬한 색채를 묘사했는데 이 부분에서 보테로의 색을 표현하는 기교가 대단함을 느꼈다. 자세히 보면 꽃들의 색깔이 다 똑같지 않고 많이 다르지만 전체적으로는 파랑 - 노랑 - 빨강의 색감을 위화감없이 보여준다. 여기에 파랑 - 노랑 - 빨강은 콜롬비아의 국기를 구성하는 세가지 색으로, 콜롬비아 화가라는 자신의 정체성도 보여주는 절묘한 작품이었다.
발레리나(2001)
풍부한 양감으로 나타낸 인체표현의 극치. 사실 전혀 예쁘다는 생각은 들지 않고 그냥 보면 대충 장난처럼 그린 것 같다. 이 작품은 보테로 전시회의 포스터에 사용되기도 한 보테로의 대표작.
페르난도 보테로(1932.4.19 ~ )
남미에서 가장 성공한 화가,조각가. 자신의 작품이 가장 비싼 값으로 팔리는 남미의 예술가
보테로는 몇번의 결혼과 이혼을 반복한 다소 복잡한 사생활의 소유자이다. 보테로라는 작가 개인의 신상이 궁금해서 좀 뒤져봤는데, 그의 작품과는 달리 실물은 굉장히 멋진 미남 화가였다. 자화상을 잘 들여다보면 실물처럼 생긴 것 같기도 하다. ㅋ 참고로 이 자화상 역시 이번 전시회에는 전시되지 않았다.
여담인데. 관람 도중에 갑자기 심각하게 졸려서 혼났다. -_- 흥미로운 작품들이기는 한데 너무 한가지 형태로만 묘사되는 "보테로 화풍"의 개성이 강한 나머지 그의 작품들을 모아놓고 보다보면 좀 지겹게 느껴지는 감이 없잖아 있다고나 할까.
참고: 보테로 그림의 진짜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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