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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송문화전 6부 - 풍속인물화 본문
* 과거 전시관람 기록들
간송문화전 1부 - 간송 전형필 (관람)
간송문화전 3부 - 진경산수화 (미관람)
간송문화전 4부 - 매,란,국,죽 선비의 향기 (관람)
간송문화전 5부 - 화훼영묘화 (관람)
간송문화전도 어느덧 6부에 이르렀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조선시대 인물들의 생활생을 보여주는 친근한 그림들이 많았다. 전시 주제는 "일상", "이상", "풍류" 라는 3개 주제로 전시되어, 문인과 일반인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작품, 신선과 도원경을 주제로 한 조선시대 이상향을 보여주는 작품들, 그리고 음주가무와 유흥을 즐기는 풍류를 보여주는 작품들, 3개 세션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전시는 조선 회화의 흐름을 알 수 있게 시간순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명욱, "어초문답(漁樵問答)", (17세기)
이 그림은 어부와 초부(나뭇꾼)가 만나 묻고 대답한다는 뜻으로, 중국의 문학작품에서 어부와 초부는 은거한 고인들의 표상으로 자주 등장한다. 작품의 소재도 그렇고, 그려진 인물풍도 모두 중국풍이다. 조선에서 그려진 그림임에도 어부의 모자는 테만 있는 중국모자이며 초부는 지게가 아닌 중국식 작대기만 들고 있다.
이렇듯 17세기까지만 해도 조선 회화에서는 중국의 영향을 아직 떨쳐내지 못한 모습이 작품에서 왕왕 보인다. 이 시기의 다른 작품들을 봐도 등장 인물들의 복장이 중국 풍이고, 등장하는 소는 뿔이 커다란 중국 물소였다.
이러다가 우리의 산수와 우리 인물들을 표현하는 "진경 시대" 에 이르러 조선의 진경 문화가 꽃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해설서에 따르면 이런 진경 문화는 중국의 주자 성리학의 지배적 이념에서 퇴계 이황과 율곡 이이를 거치며 성리학이 조선의 주체성, 고유성이 가미된 조선 성리학으로 발전하며, 예술과 회화에서도 조선의 주체성을 표현하고자 하는 노력이 시작된 것. 진경시대의 대표적 화가인 겸재 정선의 풍속화도 소개되어 있었다.
사각을 즐겨 사용했다는 겸재 정선의 작품 속에는 중국에서나 볼 수 있는 화초가 등장한다. 당시 사대부들이 중국에서 이런 화초를 들여왔음을 짐작케 하고, 테두리를 무성한 수풀로 구성한 것도 대담한 필치라고.
진경 시대 중반의 사대부 화가들인 심사정(1707 ~ 1769), 강세황(1713 ~ 1791) 등은 명나라 문화의 계승을 주장하며 남종화풍을 수용하는 모습도 보였으나, 이후 조선의 3대 풍속화가인 단원 김홍도, 혜원 신윤복, 오원 장승원 3원의 시대에 이르러 조선화풍이 풍성하게 꽃피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으로 1900 년대 이후의 근대 작가들의 작품들도 전시가 된 것. 간송의 스승인 위창에게 그려주었다던 19세기 초의 그림도 전시목록에 포함되어 있었다.
이번 전시에서 특히 즐거웠던 것은 과거 간송문화전에서 잠시 선보였던 김홍도의 "미인도" 와 신윤복의 "혜원전신첩" 등의 귀한 그림들을 다시 직관할 기회를 얻은 것.
신윤복, "월하정인(月下情人)"
신윤복, "연소답청(年少踏靑)"
기생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자신의 말에 기생을 태우고 마부 역활을 자처하는 양반들의 익살스러운 모습이 압권이다. 맨 뒤에 주인의 갓을 대신들고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쫒아오는 마부의 얼굴도 관전 포인트.
혜원전신첩은 언제봐도 눈이 즐겁다. 풍경 사진을 찍은 듯, 일상 속의 재미있는 미장센을 그대로 화면에 옮겨 담았는데 장면 안의 사람 하나 하나의 모습이 생생하다.
김득신, "야묘도추(野猫盜雛: 들고양이 병아리를 훔치다)"
여러차례 본 그림이지만, 이번 전시회에서는 도슨트의 설명을 들으며 이 그림의 구도에 대한 이해를 하게 되었다. 대각선으로, 오른쪽 위에서 왼쪽 아래로 내려오는 구도를 맞추어서 인물과 닭, 고양이가 배치되어 전체적으로 통일된 구도를 갖게 만들었다는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김홍도, "마상청앵(馬上聽鶯: 말 위에서 꾀꼬리 소리 듣다)"
김홍도의 "마상청앵" 은 도록의 표지를 장식할 만큼, 이번 전시회의 대표작의 위치를 차지한 작품이다. 말을 타고 가는 선비가 꾀꼬리 소리를 듣고 나무위의 꾀꼬리를 쳐다보는 그림이다. 전시장 내의 미디어 아트에서는 마상청앵을 소재로 한 아트 전시도 함께 진행중이었다.
신윤복, "미인도"
도슨트 설명을 들으면서 그림을 다시 보다보니 전에 못보던 것들도 더 많이 보인다. 예를 들면 신윤복의 대표작 "미인도"에서 묘사된 여인의 세밀한 귀밑머리, 살짝 드러난 버섯발 등은 지난번 관람때는 생각지도 못한 부분인데, 이번에 설명을 들으면서 다시 살펴볼 수 있었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이이남 작, 미인도와 오송빌 백작부인, 2016
미디어 아트작품 활동으로 유명한 이이남 작가는 비슷한 구도의 두 초상화 작품인 김홍도의 미인도와 앵그르의 오송빌 백작부인, 두 작품의 의상이 찢어지며 서로 교체하는 모습을 그려냈다.
삼성 SUHD TV 에서 후원하는 미디어 아트 전시도 있었다.
여러대를 연결한 곡면의 커브드 TV 속에는 주요 전시품들이 표시되고 있었다.
혜원전신첩의 "월하정인" 을 테디베어로 꾸민 작품. 출구 쪽에 포토존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테디베어로 구성한 김홍도의 "미인도"
도슨트 투어를 같이 돌면서 설명도 듣고, 오디오 가이드 빌려서 설명도 듣고 한참을 즐겁게 구경했다. 이제는 동양화를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지는 그런 느낌을 받는다. 아직은 잘 모르면서도 그냥 감상하는 수준이지만 작품들을 보고있다보면 눈이 즐거워진다. 이제 나이를 먹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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