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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영박물관 전 - 영원한 인간(Human Image) 본문
예술의 전당에서 "대영박물관 전" 이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대영박물관의 소장품을 전시 중이다. 과거 국내에서 열렸던 두차례의 대영박물관 소장품 전시회가 대 성공을 거두었고, 이날도 많은 인파들로 전시회장은 북새통을 이루었다. 역시 "대영박물관" 이란 이름이 주는 무게는 굉장하다. 2005년 "세계문명, 살아있는 신화" 전이 70만명, 2010년 "그리스의 신과 인간" 이라는 전시가 20만명을 모았던 "대영박물관" 전시는 이번에도 큰 성공을 예감하는 듯 여러 언론에서 호평 일색이다.
그런데 내 경우에는 막상 관람하고 나니 좀 김이 빠지는 느낌이었다. 아직 가보지 못한 대영박물관의 귀한 소장품들을 본다는 기대를 하고 갔는데, 기대에 못미쳐 실망스러운 느낌이다. 우리가 잘 아는 거장들의 전시작품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일 듯. 전시된 작품 170 여점 중에는 구색 맞추기 식의 작품들( 몇몇 현대 작품들 포함 ) 을 빼고 나면 볼만한 작품이 그리 많지 않았다. 많은 이들이 기대를 갖고 있었을 유명 고 미술품들의 비중이 크지 않았고 상대적으로 위상이 높지 않은 근현대 작가들의 작품들을 빼고나면 전체 전시품들 중에서도 흥미롭게 볼만한 작품의 숫자가 별로 없는 편이다.
여기에 예술의 전당에서 진행하는 전시회의 고질적인 문제점이라 할 수 있는, 사진촬영 불가와 한가람 미술관의 비좁은 전시공간에서 오는 전시관 내의 휴식공간의 부재 등의 문제점은 여전하다. 사진 촬영 불가는 대부분의 전시회가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으니 이해는 한다.
이런 좁고 어두운 문을 들어가서 입장을 하고 나면, 관람이 끝날 때 까지 화장실도 못가고, 앉을 자리도 없고, 그냥 쉬지않고 끝까지 관람을 강요받는 분위기이다.
전시 주제는 "영원한 인간" 으로, 시대를 뛰어넘는 다양한 인간의 모습들을 표현하는 작품들로 구성했다고 하는데. 과연 전시 의도가 관람객들에게 잘 와닿는 건지 모르겠다. 대영박물관과 해외 전시 협상을 하면서, 가장 뛰어난 소장품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정도 인지도 있는 소장품들이 많이 포함되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결국은 "인간" 이라는 주제로 적당히 구색 맞추기 식이 된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든다.
사진촬영이 금지된 관계로, 아래 사진들은 도록이나 인터넷에서 찾아서 올린다.
"아시리아 왕의 사자 사냥 부조" (기원전 9세기)
이 작품은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비싼 보험금이 들어있는 작품이라 한다. 보험금이 1800만 파운드(316억원). 오래된 작품임에도 보존상태가 좋고,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잘 표현하는 대표작으로 아시리아 제국의 왕궁에 전시되어 있었다는 역사적 가치가 더해져서 그런 듯. 사자 사냥은 왕의 스포츠였는데, 기록에 의하면 왕이 한번의 산야에서 죽인 사자가 450 마리였다 한다.
성모 마리아와 아기예수 - 라파엘로
이번 전시회의 작품 중 두번째로 높은 보험가인 1000 만 파운드(한화 175억) 가 매겨진 작품. 성모 마리아가 다가올 아이의 운명을 예감한 듯 수심에 찬 표정이 천진난만한 아기예수의 모습과 대비된다. 이번 전시회의 출품작 중에서 몇 안되는 이름이 잘 알려진 "대가" 의 작품.
뒤러 - "남자의 초상"
독일의 대가 뒤러의 초상화, "남자의 초상" 이 이번 전시회의 보험금 액수 랭킹 3위 작품이다. 70만 파운드(123 억). 그냥 보기에도 참 그림을 잘 그렸다.
이번 전시 중에 내가 특히 인상깊게 본 작품은 아래 두가지였다. 중남미 문화에 관심이 많은터라, 직접 여행해 봤던 지역의 유물이 출품되니 한번 더 보게 되었다.
목조 남성 인물상, 라파누이(이스터 섬) 1827년 이전
이스터 섬 사람들이 가슴에 펜던트처럼 달고 축제나 의식때 사용한 것으로 추정. 이 남성 인물상에 갈비뼈와 광대뼈가 드러난 인물의 모습은 이스터 섬의 끔찍해던 기아를 보여준다는 학설이 많다. 참혹한 문명 파괴와 자원 고갈로 인한 극도의 기아가 지배했던 당시 사회상을 보여주는 듯 해서 마음이 짠한 전시품.
얼굴 모양의 가면, 멕시코 테오티후아칸, 200 - 650
거대 피라밋으로 유명한 멕시코 중부의 테오티후아칸과 관련된 돌 가면 중 출처가 확실한 것에 속한다고. 돌의 무게나 눈과 입에 구멍이 없는 것등으로 보아 생전에 사용한 것 같지는 않고 신이나 조상을 재현한 조각에 부착했거나 사후 미이라에 씌웠을 것으로 추정. 이 것과 유사한 모조품 기념 마스크를 바가지를 쓰고 테오티후아칸 관광지에서 샀던 기억이 있어서 나에게는 특히나 강렬한 기억을 주는 물건이었다.
전시를 둘러보면서, 대영제국이 식민지로 부터 긁어 모았을 엄청난 분량의 유물들 중의 일부를 보는 것 만으로도 대영박물관의 위용과, 대영제국의 위세가 생각난다. 이곳에 전시된 전시품들은 기원전 1만년 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6개 대륙의 다양한 문화권에서 부터 온 것들이었다. 이번 전시회에서 한국 작품은 단 한점 뿐이지만 아마 대영박물관에는 한국의 소중한 문화재도 다수 보관되어 있겠지.
많은 이들이 대영박물관 전을 찾은 이유는, 이곳을 방문하면서 잠시나마 영국 여행에 온듯한 기분을 느끼기 위해서가 아닐까도 싶다. 이번 대영 박물관의 총 7만 1천점의 유물 중 불과 174 점이 한국에 왔을 뿐이다. 언젠가는 반드시 대영박물관에 가서 차분하게 소장품들을 하나 하나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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