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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을 소재로 한 풍자영화 - "터널" 본문
그럭저럭 볼만한 재난 풍자영화.
하정우의 연기가 극을 잘 이끌었지만 재난 영화의 피해자 치고는 너무 생기가 넘친다.
오달수는 미스캐스팅 느낌이다. 코믹 연기를 주로 하던 그에게 진지함을 요하는 구조대장의 역활은 좀 안어울린듯..
다른 영화에서도 자주 보던 하정우와 오달수를 이 영화에서 또 만나게 되었다. 요새 한국영화를 보면 너무 배우들의 겹치기 출연이 심하다. 한국영화의 발전과는 달리 흥행 배우들의 인력풀도 더 넓어졌으면 하는 바램.
사람의 목숨이 경각에 달려있는 상황에서 인명 구조보다는 특종에 집착하는 기레기들에 대한 풍자,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고 정작 중요한 의사결정 순간에는 뒤로 빠져있는 이미지 정치인들에 대한 풍자, 다수 이기주의에 매몰되어 구조자가 버젓이 살아 있음에도 구조를 포기하고 인근 제 2터널 공사를 감행하는 사회에 대한 풍자가 이 영화의 "세상에 대한 빡침" 과 "다 꺼져" 라는 주인공의 생존 소감으로 대변되는 듯 하다.
영화를 좀더 처절하게 만들었으면 더 깊은 울림을 주는 기억에 남는 영화가 되었을 것 같은 아쉬움이 든다. 하정우는 35일 동안 터널에 갖혀 있으면서 물로만 연명했음에도 너무 생기가 넘쳤다. 원작 소설에서처럼 차라리 하정우가 구조 포기 소식을 듣는 순간 자살하고, 가족들도 여론의 비난에 몰려 동반 자살한다는 그런 배드 엔딩으로 갔으면 더 깊은 울림을 주지 않았을까. 그리고 음식이 없는 상황에서 개 사료만으로 35일을 버틴다는 설정을 강조하려면, 터널안의 또다른 희생자 미나의 사체를 먹으면서 연명했다는 줄거리로 갔으면 어땠을까. 강아지 탱이가 입에 뭔가 먹고 있었다는 장면에서 난 탱이가 자기 주인의 시신을 뜯어 먹기 시작한 걸로 오해했다.
아마도 흥행을 위해 해패엔딩에, 처절한 장면은 최대한 순화해서 표현하고자 한 의도가 엿보인다.
재난을 당한 후의 생존에 대한 치열함 보다 희생자에 대한 사회의 폭력성을 꼬집은 풍자영화라고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은 감상법일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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