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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에 대한 재발견. 하지만 허구와 사실의 부조화 - 뮤지컬 영웅 본문

리뷰/공연

영웅에 대한 재발견. 하지만 허구와 사실의 부조화 - 뮤지컬 영웅

soyoja 2015. 6. 5. 04:44

2009년 초연 이후 매년 공연을 이어가면서, 한국형 창작 뮤지컬 중에서는 높은 완성도와 애국심을 자극하는 내용, 배우들의 연기와 그 입지가 꽤 탄탄한 유명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안중근의 일생을 그대로 뮤지컬로 옮겼는데. 그의 일생 자체가 매우 극적이라 그 자체로 훌륭한 스토리텔링이 된다.

하지만 해외(중국) 마케팅을 고려해서인지 가상인물인 안중근의 중국인 친구 왕웨이를 등장시키고, 여기에 덧붙인 왕웨이의 여동생 링링과 안중근 간의 억지스러운 러브라인은 어설프기 짝이 없었다. (게다가 이 당시의 안중근은 애까지 있는 유부남이었다!) 안중근을 위해 그들이 목숨을 바친다는 설정도 너무 구태의연스러운 신파극이었다. 조국을 위해 이토 히로부미에게 접근하는 여인 설희 역시 왜 등장햇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 배역이다. 안중근과 스토리 상 별 연관도 없고,. 그렇다고 이 인물이 주는 감동이나 재미도 없고...  여기에 안중근을 쫒는 사냥개와 같은 일본인 형사 와다의 존재도 어설펐다. 몇차례 등장하지만 추격에 대한 긴장감도 약했고 결국에는 허무하게 총에 맞아서 아웃되는데 이왕 허구의 인물을 등장시켰으면 독립운동의 치열함과 어려움을 더 잘 표현할 방법도 있지 않았을런지...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많은 이들에게 공통적으로 가장 까이는 배역은 "설희" 와 "링링" 인듯 하다. 스토리 진행에 있어 필연적인 인물도 아니라 오히려 몰입을 방해하였는데, 내년부터는 이들의 분량을 빼고 안중근을 더 심도있게 묘사하는 방향으로 뮤지컬이 수정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완성도가 높았지만 안중근의 일생을 최대한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것에 더 집중했으면 훨씬 좋았거란 생각이 많이 들었다. 기획 당시부터 해외공연을 염두해 두고 스토리를 만들었고, 올해에는 안중근의 의거가 있던 하얼빈에서 실제로 공연을 가졌다고 한다. 이런 측면을 생각해보면 중국인들을 등장시켜야 했던 마케팅 차원의 고려가 조금 이해가 가지만, 안중근의 실화와 이야기 전개상의 부조화에 대한 느낌은 어쩔수 없다.

이야기 중에서 최고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이토 히로부미의 저격 장면도 너무 짧고 심심하게 처리해 버렸다. 실제로는 이토 히로부미의 얼굴도 모르는 상태에서 천운이 따라주어 누군가 이토 히로부미의 이름을 불렀기에, 그에 반응한 사람을 찾아서 극적으로 저격에 성공했다는 일화가 있는데 이런 이야기는 뮤지컬에서는 표현을 하지 않고. 이토 히로부미를 단번에 저격하는 것으로 씬이 진행되는데 당시의 삼엄한 경비 등을 어떻게 뚥고 들어갔는지 등의 대해서 더 자세히 서술했으면 더욱 극적이었을 텐데... 가장 긴장감 넘치는 장면을 좀 맥빠지는 연출로 처리한 아쉬움이 많다.

"거사 이후 최후의 순간에 이르기까지 안중근이 담대히 보낸 시간의 이야기들은 실화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적이다"  - 프로그램북의 내용 중.

감동받으면서 인상깊게 본 부분은 거사 이후의 재판과 수감 장면이었다. 이토 히로부미의 죄목을 나열하며 부르는 넘버 "누가 죄인인가" 는 재판장의 기자와 청중들이 안중근에게 동조하면서 관객들의 호응도 이끌어 내는 상당히 멋진 연출이었다. 실제로 이 넘버는 2010년 더 뮤지컬 어워드 축하무대에서 공연되어 이 뮤지컬의 넘버 중 가장 잘 알려진 넘버 중 하나라 한다. 안중근의 마지막 최후와 그에게 감응하였던 일본인 죄수 치바 간의 교분의 장면은 안중근의 인품을 잘 보여주는 멋진 씬이었고, 마지막에 잠시 등장하는 안중근의 어머니 조 마리아의 넘버 "사랑하는 아들 도마야" 도 인간 안중근과 어머니 간의 끈끈한 모성애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항상 뮤지컬에서 사진은 가장 마지막 커튼 콜에서만...

안중근이 청중에게 인사를 할때 가슴에 손을 얹고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날 안중근 역으로 역대 최고의 안중근으로 꼽혔던 "정성화" 가 열연을 했다. 사전 정보 없이 당일 예매를 해서 부랴부랴 보러 간 것인데. 정성화의 안중근을 보다니... 이럴때면 참 횡재한 느낌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