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물방울 (Drops of God) Apple TV+

2000 년대 초의 인기 와인만화였던 "신의 물방울" 을 프랑스와 일본 합작 실사 드라마로 다시 만들어서 애플 TV 에서 서비스 했습니다.

원작에서 일본 남자였던 시즈쿠는 카미유라는 프랑스 여자로 TS 되었고;;; 라이벌 토미네 잇세는 광산 재벌의 상속인으로 설정이 변경되었습니다. 시즈쿠의 아버지는 알렉상드르 레제 라는 RP 나 JS 를 연상시키는 유명 와인 평론가로 등장하며, 그가 남긴 87,000 병의 와인 컬렉션, 약 2000 억원의 가치에 달하는 유산을 물려받기 위해 두 사람이 와인 대결을 펼친다는 큰 줄거리는 동일하나, 여러가지로 많이 각색이 되었습니다. 

일단 와인에 대한 설명만 듣고 특정 와인을 찾는다는 비 현실적인 설정이 없어졌습니다. 원작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12사도에 비견되는 12개의 와인을 찾던 것에 비해, 드라마에서는 3개의 과제를 통해 2개의 와인과 1개의 블렌딩을 맞추는 것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스포일러) 

토미네 잇세가 알렉상드르 레제의 사생아이고, 카미유와 토미네가 이복남매라는 설정이 붙으면서 두 사람이 상속 대결을 펼치는 개연성을 부여하려고 했으나... 토미네는 전혀 혼혈로 보이지 않아서 공감이 가지 않는 무리수 설정이 되었습니다. 와인을 마시지 못하던 카미유가 갑자기 와인 알레르기를 극복하더니 한달만에 세계 최고의 와인 평론가 토미네와 대등하게 와인을 감별한다는 것도 무리수 설정입니다. 그나마 원작에서 등장하는 와인에 대한 온갖 미사여구와 오버스러운 표현들은 나오지 않습니다. 

드라마에서 펼쳐지는 3가지 경연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블라인드 테이스팅한 후에 와인 맞추기 

경연결과

Chateau Cheval Blanc 1999 (토미네 잇세) Win 

Chateau Cheval Blanc 2000 (카미유 레제)

 

2. 그림을 보고 어울리는 와인 맞추기 

등장하는 그림은 페데 갈레치아의 정물화 "복숭아, 모과와 재스민" 였으며, 이들 과일향이 나는 와인을 찾는 게 아닌, 이 정물화가 아버지와 딸이 합작해서 그렸다는 스토리와 연상되는 아버지와 딸이 함께 만든 와인을 찾는 것이었습니다. 

경연결과

Casa dei Fossati Trentino Rosso (토미네 잇세, 승부 포기)

Casa dei Fossati Trentino Rosso (카미유 레제) Win 

- 참고로, Casa dei Fossati 는 실존하는 와인이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리 찾아봐도 와인 정보가 없네요 

 

3. 블라인드 테이스팅으로 와인을 마셔보고 블렌딩 찾기

세번째 경연은 와인 상식퀴즈, 음식과 와인 페어링, 그리고 블라인드로 테이스팅한 와인과 가장 유사한 블렌딩을 찾는 과제였습니다. 제시된 와인은 샤토 네프 뒤 파프(Chateau neuf-du-Pape) 1990 년 산이며, 13개 품종으로 블렌딩 된 최적 비율을 찾는 과제였습니다. 

경연 결과 

토미네 잇세 vs 카미유 레제 동점 

 

4. 신의 물방울 경연 

세번째 경연까지 동점이 되어, 알렉산드르 레제가 남긴 마지막 유언인 "신의 물방울" 을 찾는 문제가 주어졌습니다. 카미유는 어린 시절에 아버지와 함께했던 추억을 떠올리며 아버지가 말한 신의 물방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맞추게 됩니다.

경연 결과 

Domaine Armand Rousseau, Chambertin Grand Cru 1996  (토미네 잇세) 

Rain (카미유 레제) Win 

 

"신의 물방울" 이란 와인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포도를 자라게 해 주는 "비" 를 의미한다는 답을 해서 카미유가 경연의 최종 승자가 됩니다. 하지만 레제의 유산을 반으로 나누는 것으로 드라마는 깔끔하게 완결이 됩니다. 시즌2 떡밥도 없고 좀 싱겁게 시즌1이 끝난 감은 있지만 와인을 좋아하는 저는 와인을 마시면서 즐겁게 볼 수 있었습니다. 와인을 모르는 시청자들도 끌어들이려는 노력은 보였으나 역시 와인을 모르는 사람들은 재미가 없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