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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에서 보는 미스사이공 25주년 특별공연 본문
"미스 사이공" 은 브로드웨이의 4대 뮤지컬(레미제라블, 캣츠, 오페라의 유령, 미스 사이공) 중 하나으로, 뮤지컬 계의 고전이 된 작품이다. 1989년에 웨스트엔드에서 초연 후 2014년에 25주년 특별 공연이 열렸다.
한국에서는 2010년 공연을 마지막으로 이 작품은 만날 기회가 없었는데 운 좋게도 금년 11월에 메가박스에서 25주년 공연 실황을 상영하길래 잽싸게 예매하고 봤다. 메가박스 같은 대형 극장 체인에서 흥행작 뿐만 아니라 오페라, 뮤지컬 등의 예술작품도 상영하는 것은 (뮤덕) 관객들의 선택의 폭도 넓히고 다양한 작품들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있다.
물론, 일반 영화에 비해 2배 이상 비싼(20,000) 입장료와 짧고 제한적인 상영 기간은 여전히 아쉽지만 이 역시 수요와 공급 논리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이번 공연도 평일 관람은 저녁 7시 30분 1회 밖에 없어서 조금 일찍 퇴근하고 서둘러서 가야 했다.
미스 사이공은 베트남 전을 배경으로 했지만, 어딘가에서 많이 본듯한 전형적인 전쟁의 비극을 소재로 한 러브스토리이다. 미군과 현지 소녀와의 사랑, 그리고 전쟁으로 인해 갈라선 두 사람의 갈등과 조우. 전쟁을 배경으로 한 러브스토리의 스테레오 타입과 같다. 작품 전바적으로는 오리엔탈리즘과 미국 만세의 사고방식이 많이 드러나는 작품이다.
여주인공 킴을 비롯한 베트남 여인들은 순종적이고, 미군 병사로부터 간택받아 인생을 펼 궁리를 하는 사람들이다. 진 주인공 격인 "엔지니어" 의 메인 넘버인 "American Dream" 에서 이 경향은 극명하게 보여진다. 주인공 크리스의 절친인 존과 같은 미군들은 정의로운 베트남의 구원자이다.
일부 언론에서 "웨스트 엔드 최초의 주연급" 으로 발탁됐다고 홍보된 홍광호(킴의약혼자 투이 역) 도 영어를 소화하는 뛰어난 가창력을 보여줬으나, 배역 자체는 상당히 찌질한 악역 베트남인으로 나온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킴이 자신과 크리스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탬) 을 입양시키기 위해 자살을 한다는 스토리는 너무 작위적이었다. 이 부분을 보면서 여성관객들은 남자주인공 좋은 일만 시켜준 것 아니냐는 의견들이었다. 크리스의 미국인 부인 앨런도 천하의 대인배이다. 다른 여자가 데리고 온 남편의 숨겨진 자식 (심지어 인종도 다름)을 흔쾌히 받아들이는 여자가 얼마나 될까???
스토리 상의 여러 찝찝함을 제외하면, 배우들의 열연과 멋진 넘버들로 구성된 멋진 뮤지컬을 극장에서 편안하게 감상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기회였다.
스크린 영상으로는 잘 전달이 되지는 않았지만, 유명한 사이공 함락 시의 헬리콥터 등장 장면, 그리고 엔지니어가 능글맞은 연기와 함께 "아메리칸 드림" 을 부르는 장면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다만 화면으로 보니 헬리콥터 장면의 스펙터클한 현장감은 많이 떨어졌다.
스크린을 통해 배우들의 얼굴은 상세히 클로즈 업 되었다. 여기에 크리스가 담배를 피우는 장면, 킴과 크리스의 베드신 등도 상당히 실감나게 연출되어 뮤지컬이라기 보다 영화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배우들의 생생한 얼굴 표정을 가까이서 볼 수 있어 좋다는 의견도 있지만, 너무 클로즈 업으로 보여주다 보니 무대 전체가 보이지 않아 답답하고 배우들의 이동 동선, 실제 무대에서의 연출 등이 실감나지 않는다는 불평들도 많았다. 역시 뮤지컬 공연은 스크린이 아닌 무대에서 봐야 제 맛이다.
초연 배우들의 갈라쇼 등장, 레아 살롱가(킴) 과 크리스(사이먼 보우먼)
공연이 다 끝난 후, 화면에서 5분간의 인터미션 시간이 표시된 후 25주년 기념 갈라쇼 공연이 이어졌다. 여기에서는 킴 역의 레아 살롱가, 크리스 역의 사이먼 보우먼 등의 초연 배우들이 현역 배우들과 함께 어울려서 미스사이공의 25주년을 기념하며 넘버들을 부른다. "Happy Birthday Miss Saigon" 을 관객과 배우들이 함께 합창하는 장면에서는 축제 같은 현장의 분위기가 그대로 느껴져서 더욱 좋았다.
초연 엔지니어(Jonathan Pryce)와 현역 엔지니어(Jon Jon Briones)의 갈라쇼 등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공연의 전통과 스토리의 힘이 느껴져서 더욱 좋았던 공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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