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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킹키 부츠(Kinky Boots) - 충무 아트홀 본문

리뷰/공연

뮤지컬 킹키 부츠(Kinky Boots) - 충무 아트홀

soyoja 2015. 2. 18. 02:29

정선아의 공연을 보고 싶어서 찾았지만 마지막 주에는 마지막 날 공연에만 정선아의 스케줄이 예정되어 있었다. 그래서 공연 자체를 즐긴다는 마음으로 최유하 가 등장하는 공연으로 봤다. 다행히(?) 이 뮤지컬은 여배우는 약방의 감초 역할에 그친다.

찰리와 로라, 두 남자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데 특히 동성애자 (Drag Queen) 로 등장하는 로라의 연기와 노래는 이 극을 이끌어가는 원맨쇼였다.

 

 

줄거리 자체는 어딘가에서 많이 본듯한 내용이다. 사업에 실패한 주인공 찰리가 성 소수자이지만 디자인에 재능을 갖고 있는 로라를 만나 의기 투합, 서로를 이해하고 결국 성공으로 나간다는 이야기. 성 소수자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려 달라는 주제 의식과 로라를 인정하지 않던 공장 직원들을 감화시키며 결국 일심동체로 힘을 합쳐 성공을 거둔다는 이야기는 좀 진부한 플롯이기도 하다. 그런데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이 뮤지컬의 스토리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는 점이다.

90년대에 실제로 영국의 한 구두공장에서 안 팔리는 구두대신 Drag Queen 을 위한 구두를 만들어 성공을 거둔 재미난 틈새시장 공략의 성공 사례가 있었던 것이다. 이 일화는 1999년 BBC 의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지고, 2005년에는 영화화 되었다. 그리고 2012년에 미국에서 뮤지컬로 제작되어 13 년에는 브로드웨이에서 공연을 하고, 토니어워드의 최우수 작품상, 작곡상을 비롯해 6개 부문을 수상하면서 그해 최고의 뮤지컬 중 하나가 된다. 이렇게 보면 이 뮤지컬의 성공 스토리는 뮤지컬의 두 주인공 찰리와 로라의 만화같은 성공 이야기와 닮아있다.

 

참고로 최근에는 이와같은 성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들이 뮤지컬 계의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고. 아직 보지는 못했지만 "헤드윅", "라카지" 등의 작품에서도 유사한 소재를 다루었다 한다. 사실 동성애자로 등장하는 로라의 연기는 성적 어필과 섹스에 대한 표현이 과감해서 청소년이나 어린이들이 보기에는 꺼림칙하기도 했다. 물론 이미 애들이 알건 다 아는 나이라 해도 부모님과 온 애들이 같이 공연을 본다면 서로 좀 민망하지 않을까도 싶었다.

정선아의 연기를 보지 못했지만 작품내에서 정선아 역의 로렌의 역활이 매우 제한적이었고, 그나마 싱글 넘버는 한곡 뿐이라 많이 아쉽지는 않았다. 최유하의 연기와 목소리는 너무 과장스러워서 오히려 몰입에 방해가 되었다. 그리고 뮤지컬 자체가 코믹한 분위기지만 유치한 말장난으로 관객에게 억지 웃음을 만들려고 했던 부분은 오히려 싸구려 스러워 보였다. 그리고 공연 후 살펴본 유투브에서 찾아본 미국 배우들의 연기에 비해 국내 배우들의 연기는 아무래도 수준이 좀 떨어지는 느낌이다. 하지만 작품 전체로 보면 한바탕 흥겨운 음악과 안무와 쇼가 잘 어우러진 작품이라서 즐겁게 시간가는 줄 모르고 볼 수 있었다.

또 한가지 아쉬운 점. 공연이 열린 충무 아트홀은 교통이 너무 외진 곳에 위치해 있어서 불편했고 음향시설도 좀 떨어진다. R 석 11 만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보았는데 비싼 공연비에 비해 무대 환경 수준은 좀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