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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서서 먹는 평양냉면 맛집 - 을밀대 본점 (마포구 염리동) 본문

국내/맛집탐방

줄서서 먹는 평양냉면 맛집 - 을밀대 본점 (마포구 염리동)

soyoja 2017. 4. 18. 14:52

"을밀대" 는 냉면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서울냉면 Top 10 의 한자리를 꼭 차지하는 곳이다. 강남에 분점도 냈지만, 그래도 본점의 맛을 느껴보고자 일부러 이곳을 찾았다. 서울의 많은 냉면집들이 강남 혹은 중구(종로, 을지로, 오장동 일대) 에 몰려있는 것과 달리 이곳은 집에서 먼 마포에 있어 접근성이 떨어진다. 늘 한번 오려고 벼르다가 결국은 가보았다. 

12시 30분, 한창 점심시간에 찾았는데 이렇게 냉면집에 줄을 길게 늘어선 것을 보는 것도 오래간만이다. 이날 비도 오고 날씨가 안좋았음에도 이렇게 사람이 많았으니 이 집의 인기를 짐작할 만 하다.

을밀대 냉면의 특징인 메밀면은 이렇게 가게에서 직접 뽑고 있었다. 

냉면 시키면 반찬으로는 간단하게 김치와 냉면무가 나오고, 특이하게 겨자와 파, 고추가루는 별도의 종지에 담겨나온다.

취향대로 덜어 먹으라는 뜻인데, 겨자통을 비치하지 않고 이렇게 겨자를 종지에 담아 나오는 경우는 처음 본다. 

인심좋게 따뜻한 육수는 주전자로 건네주는 것이 무척 마음에 든다.

실내는 비좁아서 본관 외에 주변 건물들을 별관으로 쓰고 있다.

그래도 냉면은 회전율이 빠른 음식이라 밖에서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을밀대 본점에서 싸게 먹을 수 있는 한가지 팁으로, 입구 바로 옆에 있는 작은 2인석 테이블에 앉으면 50% 를 할인해 준다. 입구에 있어서 편하게 앉아먹기 불편한 자리라서 그렇게 하는 것 같은데. 혼자 가면 여기 앉아서 저렴하게 식사를 즐겨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하다.

수육도 먹어보고 싶었으나 혼자 20,000 원짜리 수육까지 먹는 것은 무리였다. 그래서 녹두전을 시켜 보았다(9,000 원)

녹두전은 내용물로 다진 고기가 듬뿍 들어있어서 고기전 같은 느낌이다.

일부러 덜 익힌건지 살짝 덜 익힌 고기소 가 드러나는 녹두전은 바삭한 튀김옷와 잘 어울리는 별미였다.

드디어 나왔다. 을밀대의 물냉면(11,000원).

고기 고명 2개, 계란 반숙 1개, 냉면 무, 오이, 삶은 달걀 등이 고명으로 올려져 있다. 이 곳은 평양 냉면을 표방하지만 정통 평양냉면과는 면발이나 육수에서 차이가 있다. 냉면국물은 일반적인 밍밍한 평양냉면 국물보다는 조금 더 양념(다시마, 생강, 마늘로 맛을 낸 것 같다) 맛이 진한 맛이다. 혹자는 짜고 양념맛이 너무 강한 육수 맛이라고 하는데, 내 입맛에는 은은한 곰국같은 맛이 난다.

을밀대는 이렇게 양념을 한 육수때문에 담백하면서도 시원한 국물을 찾는 평양냉면 매니아에게는 논란이 되고 있으나. 처음 평양냉면을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국물맛이 입맛에 잘 맞는다고 한다. 이런 논란 자체가 평양냉면이 갖는 맛의 깊이를 느끼게 하는 것 같다.

면은 메밀로 만들어져서 우래옥의 쫄깃한 스타일이 아니라 점도가 낫고 입 안에서 잘 끊기는 면이다. 

메밀 함량이 높아서 살짝 고소하면서도 개운한 면발의 맛이 일품이다.

고명으로 얹은 쇠고기의 품질도 뛰어나다. 적당히 지방이 붙은 살코기를 잘 삶아서 내어놓았다.

편육은 면과 함께 먹으면 최고의 음식 궁합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다.

기본으로 나오는 따뜻한 냉면 육수는 다른 평양냉면의 면수가 아니라 곰국 맛이나는 육수이다. 담백한 사리곰탕 맛이라고 생각하면 될듯 하다. 이 국물맛은 냉면 육수맛과도 일맥 상통하는 부분이 있는데, 냉면 육수에서는 고깃국 맛이 덜 나고 좀더 시원하고 마늘 양념맛이 살짝 나는 차이가 있었다.

다 먹고나니 포만감이 느껴졌다. 진한 맛의 평양식 육수와 메밀면, 질좋은 고기 고명의 조합이 매우 훌륭한 냉면이었다. 과연 여러사람들의 입에 회자될만한 맛이다.

겉보기에는 다소 허름해보이는 동네 가게이나, 원래 골목 골목마다 숨은 맛집들 중에는 이런 가게가 많다.

집에서 다소 멀어서 이제서야 가 보았는데.... 역시나 많은 사람들이 찾아올만한 냉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