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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아들의 비극 - 영화 "사도" 본문

리뷰/영화

아버지와 아들의 비극 - 영화 "사도"

soyoja 2015. 9. 19. 18:04

널리 알려진 사도세자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 하지만 송강호(영조) 와 유아인(사도세자) 간의 어긋난 부자관계를 심도있게 묘사하는 처절한 연기가 빛을 발해서 웰 메이드 사극 영화로 평가받을 만 하다. 

 여러가지 논란이 있지만 영화에서는 영조가 사도세자를 죽인 이유를 부자간의 깊어진 갈등으로 꼽고, 이를 세세하게 묘사한다.

어린시절에는 영특했던 세자에게 큰 기대를 걸지만, 자신과 성정이 다르고 문 보다는 무예와 잡학을 더 좋아하는 아들에 대한 실망감, 여기에 15세 부터 아들에게 대리청정을 시키면서 아들과 아버지 간의 감정이 틀어지는 묘사가 탁월하다.

실제로 이 과정에서 등장하는 대부분의 이야기는 모두 사료에 기초한 사실이며, 이준익 감독 스스로 "영화의 90% 는 사실이며 10% 가 허구" 라고 말할 정도로 고증에 충실했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사극 다큐멘터리라고 까이기도 하지만.

아버지에게 받는 스트레스를 견디다 못한 세자가 "의대증(衣帶症, 옷 입는 것을 무서워 하는 병, 실제 영화에서도 자신의 용포를 몇번이고 찢어버리는 모습을 통해서 잘 보여준다)" 이란 정신병을 겪고, 계속해서 아버지의 눈밖에 나는 행동을 한 끝에 뒤주에 갇혀 죽는 과정은 영화가 아니라 실제 사료에 적혀있던 이야기 그대로이다.

실제 역사 자체가 한편의 드라마였기에 영화적 허구를 붙이지않고도 충실하게 재미있는 사극이 만들어졌다. 최근에 유행하는 판타지가 난무하는 퓨전 사극 제작자들은 이런 영화를 보면서 좀 각성해야 하지 않을까. 좋은 소재를 선택해서 충실하게 그것을 극으로 복원하면 그 자체가 훌륭한 작품이 될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영화이다.

극중 유아인의 옷입기를 무서워하는 "의대증" 연기는 탁월하다.

뒤주에 갇힌 이후의 일도 실제 사료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세자가 목마름을 견디다 못해 자신의 오줌을 부채로 받아 마셨다거나, 뒤주에 갇힌 7일째에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사람들이 뒤주를 흔들자 "어지럽다" 며 죽어가는 소리로 말하는 세자의 모습은 실제 역사와 정확하게 일치해서 고증 논란이 가장 적은 영화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싶다.

영화의 단점을 꼽자면 사도 세자가 죽은 이후에 스토리가 너무 늘어진다는 점, 그리고 결말이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하고 정조(소지섭) 의 지루한 부채춤으로 끝난다는 점이다. 여기에 할머니로 분장한 문근영은 어색해서 관객들 사이에서 늙은 문근영의 모습이 클로즈업 되자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사도의 부인이자 정조의 어머니인 혜경궁 홍씨(문근영) 의 이 당시 나이가 환갑 정도였을텐데 영화에서 분장은 마치 90세 할머니 정도로 나온다. 남편이 뒤주에 갇혀 주고 마음 고생을 많이해서 그런가... ;;; 추가로 덧붙이자면 문근영의 사극 연기도 송강호나 유아인의 그것과 비교하면 처진다는 느낌이 든다. 이미지가 사극과는 어울리지 않는 느낌.

군신관계를 떠나, 부자지간의 갈등을 묘사한 인간 관계의 내면을 살펴보려한 드라마로 보기에도 좋고, 영정조 시대에 신하들의 권세에 의해 왕권이 확립되지 않았던 당시의 시대상을 염두해 보면서 감상하면 더욱 좋다.

개봉 4일만에 100 만을 돌파했다고 하는데, 최종 스코어를 예상해보면 이준익 감독의 전작 "왕의 남자" 와 비슷하게 천만 관객 정도를 동원하지 않을까 싶다.

설민석의 영화 "사도" 특강 하이라이트 - 전체를 보려면 유료다. 영화사에서 홍보를 위해 공짜로 풀어도 좋으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