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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70주년 기념 북한 프로젝트 - 서울시립미술관 본문

리뷰/전시

광복 70주년 기념 북한 프로젝트 - 서울시립미술관

soyoja 2015. 8. 23. 17:52

광복 70주년을 맞이해서 여러가지 의미있는 행사들이 많았는데 그 중 시청역 앞 서울 시립미술관에서는 "북한 프로젝트" 라는 전시회가 있었다. 우리에게 생소한 북한을 예술적 측면에서 보겠다는 것이 전시의도. 한국 작가들의 남북 분단상황을 주제로 한 현대 미술작품들, 해외 사진작가들의 북한 사진들, 월남 작가들의 작품, 그리고 북한의 우표, 포스터, 유화 등이 전시되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이 북한의 미술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유화, 포스터, 우표" 세션이었다. 관람하는 동안 시각적으로 매우 흥미롭기도 했고 북한 사회를 잘 이해하기 아주 쉬운 매체들이라서 눈길을 끌었다.

 

북한에서 항일 영웅으로 칭송하는 "애국렬사" 안중근 기념 우표도 있었다.

북한에서 안중근을 유독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안중근이 황해도 해주 출신이기 때문이다.

역사적인 2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을 기념한 우표도 있었다.

벌써 8년 전의 일. 김정은 치하에서는 또다시 남북 정상회담을 하는 일은 아마도 없을 것 같다.

몰랐던 사실인데, 북한은 세계적인 우표 생산, 수출국 중 하나라 한다. 경제기반이 약한 일부 소국들이 수집가들을 위해 특이한 기념주화나 우표를 발행하는 사례가 많은데 북한 역시 우표수집가들을 위한 희귀한 우표를 만들어서 외화벌이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이 전시회에 출품된 북한 우표는 수집가 "신동현" 의 컬렉션에서 나온 것들이라는데, 그는 현재까지 발행된 북한 우표들을 대부분 수집했다고 한다.

그 다음은 많은 눈길을 끈 "북한 유화" 전이었다.

북한 유화 세션. 공식 카달로그의 내용 중.

 

북한의 유화는 "조선화" 라고도 불리며, 보통 극사실주의로 체제의 우수성이나 인민에 대한 교화를 내세우는 정치 선전용으로 제작되는 경우가 많다고. 개인이 그리는 경우는 거의 없고 다들 국가 단체에 소속되어 공동으로 작품을 제작하는 형태로 그려진다고. 주요 조선화 제작 단체로 이른바 3대 창작사인 "함흥창작사", "만수대창작사", "신의주창작사" 가 있다 한다. 이런 곳에서 선전용으로 그리는 그림이니 만큼, 그림의 주제도 열심히 일하는 인민, 행복한 인민의 일상을 그려내는 작품들이 대다수였다. 사진을 보여주듯이 사실적인 유화 그림들 뿐이라서 오히려 이해하기 쉽고 알기 쉬워서 좋았다.

모든 그림속의 인물들은 밝고, 건강하며 행복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배고프고 삶이 고단한 인민들은 저런 그림들을 보면서 과연 무슨 생각을 할까...

 

그 다음 세션은 북한 사회의 단면을 리얼하게 보여주는 포스터 였다.

  

북한에서 발행되는 포스터들은 모두 발행 수량과 시기, 제작자가 표기되며 철저하게 계획적으로 제작되고 있다고. 이번 전시회에는 네델란드 출신의 북한 포스터 전문 수집가 "빔 반 데어 비즐" 의 컬렉션이 전시되었다. 북한에서 발행된 포스터들을 어떤 경로로 구했을지 잠시 신기한 생각이 들었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니 외화 벌이를 위해 이런 물품들을 외부에 판매하는 일은 흔할 것 같다.  

북한 포스터 세션. 공식 카달로그의 내용 중.

 

학생들이 보면 다들 뜨끔해 지는 그런 포스터 ...

 강과 호수, 샘과 온천 에서 물고기를 더많이 기르자?? (북한에서는 온천에 물고기를 기른다)

 

외국 작가들의 북한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진 전시 세션도 있었다.

북한의 모습을 보여주는 외국 사진작가들의 북한 사진전도 열리고 있었다. 이 사진은 닉 댄지거 작. 무용수 리향연

닉 댄지거란 영국의 사진작가가 북한에서 3주간 지내면서 찍은 여러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 사진은 모델의 미모 때문인지 이번 전시회의 아이콘 같은 작품으로 홍보되고 있다... (외모 지상주의의 이 망할놈의 세상 역시 남남북녀)  사진의 모델이 된 리향연 에게 댄지거가 "꿈이 뭐냐" 고 물었더니 해외에서 자신의 춤을 선보이는 기회를 갖는 것이라고 대답을 했다고.. ;

중국 사진작가 "왕궈펑" 의 아리랑 축전 준비 장면을 찍은 사진. 작품명은 "North Korea 2012 No. 5". 가로 7.5m x 세로 2m 의 거대한 파노라마 사진으로 보통 사진기로는 앵글이 도저히 나오지 않는다. 전제군주의 집단화된 사회인 북한을 상징적으로 잘 보여주는 사진.

 

이외에 설치 미술들은 큰 감흥은 없었다. 역시 현대 미술은 이해하기 어렵고... 관람객들에게 작가의 생각을 이해해 달라고 강요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영 별로다... 예술적인 어떤 감동이 주어지는 지도 잘 모르겠고.

다만. "선무" 라는 탈북 출신 작가의 몇몇 작품들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북한 출신으로 남한에서 작품 활동을 하는 예술가의 고뇌가 표현되는 작품들이 있어 눈길을 많이 끈다. 이 작가는 가족을 북에 남겨두고 탈북을 했기에 "선무" 라는 가명을 쓰며 활동하고 있다고.

이 외에 S 사의 모바일 기기를 이용한 DMZ 의 가상현실 체험은 상당히 괜찮았다. 기어 VR 을 이용한 것인데, 직접 체험해 보니 꽤 쓸만하다는 생각이든다. 가상현실을 이렇게 수준높게 체험해 볼만한 컨텐츠가 충분히 제공되느냐의 문제가 있겠지만.

통일 문제에 심각한 관심이 없는 사람일지라 해도, 가볍게 방문해서 봐도 눈길을 끌만한 흥미로운 작품들이 많다. 이 흥미라는 것이 결국 남북한의 이질감의 차이에서 오는 것을 생각하면 뒷맛은 씁쓸하다.

 

광복 70주년 기념 "북한 프로젝트"

서울 시립 미술관 본관 1층

2015년 7월 21일 ~ 9월 29일 (무료!!)